오늘 아침 정문에서 '여의봉의 행복한 아침맞이'를 하고 있었다. 한 여학생이 와서 작은 네모로 접혀진 메모지 한장을 주고 갔다. 메모지에는 머리띠를 하고 넥타이에 양복을 입은 내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작은 글씨로 '팬클럽 이름 "손오공" 이에요' 라고 적혀 있었다."이게 뭐야?""손오공 입니다. 수고하세요.""손오공?!"창덕중에서 새 둥지를 튼지도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첫 인상이 참 좋았다. 처음부터 맑고 밝은 미소로 나를 대해 주었다. 첫 부임 인사를 할 때도 큰소리로 박수와 함께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둘째날 부터 교문에서 퍼포먼스용 머리띠를 착용하고 '사랑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하이파이브로 아침 맞이를 했다.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고, 다가오는 학생이 많았다."..
안민중 연극동아리 공연을 마치고... 춘계방학을 하기 전에, 설인(가명)이가 찾아왔다. 설인이는 연기와 노래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으로, 2년동안 나와 함께 연극동아리를 한 학생이다."쌤!""왜?""쌤은 연극동아리 와 해예?""글쎄...."나는 연극동아리를 왜 하는 걸까? 이제 교감이라 누가 시켜서 해야 할 업무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시간을 내주지 않아서 힘들다면서 꾸역꾸역 하는 이유가 무얼까?2017학년도에는 뮤지컬 '철부지들'을 했고, 2018학년도에는 뮤지컬 '귀를 기울여주세요'를 무대에 올렸다. 2년 동안 토요일 오전시간을 투자해서, 공연이라는 작품을 얻기까지 참으로 어려움이 많았다."쌤은 수업이 없어서 하는 거라예?""그래! 수업이 없기는 하지..."수업을 하지 않으니까 연극을 통해서 아이..
안민중학교를 떠나며 안민중학교에서 관리자로서의 모습이, 마치 첫 발걸음을 떼어놓은 아기와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매사가 조심스럽고 잘 해보려고 하지만 뒤뚱거리며 걸었을 것이고, 내 몸을 내 맘대로 가누지 못해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기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보고자 했던 것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적인 학교경영에 부경영자로서 나의 역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교장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생각으로 학교를 경영하기는 어렵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 속에서 나름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 수평적이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그 첫걸음이 호칭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10년 전부터 학교에 근무하는 ..
나는 연극인생학교를 운영하고자 하는 꿈을 벌써 오래 전부터 꾸어왔다. 하지만 그 꿈은 내가 퇴직하고 나서 이 일을 하고자 한 것이지, 교직에 몸담고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게 될 줄을 몰랐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다 계기가 있어야, 머리속의 생각이 몸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1년전, 내가 교장공모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난 후, 생각보다 휴유증이 심했던 모양이다. 나의 무기력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가 어려웠던지 아내가 먼저 제안을 해왔다. "당신의 꿈인 연극인생학교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퇴직할 때 쯤 자리 잡을 것 아니냐?"며 무기력한 내 마음에 살랑이는 봄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를 계기로 나는 다시 활기를 찾고 학교 생활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2010년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대안학교 개교에 나..
내가 대안교육을 한답시고 이 길을 걸어온 지 벌써 8년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나의 알음알이는 별로 넓어지지도 깊어지지도 않았다. 태봉을 설립한다고 경남교육연구정보원에서 1년 반을 보냈고, 경남 Wee스쿨에서 2년 동안 파견생활 한 것을 제하고 나면, 태봉에서만 4년 반을 보냈다. 태봉에서의 생활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만큼 큰 의미가 있다. 오늘 아침 여러분들과 함께 내 삶의 흔적을 살펴본다. 나는 1959년 의령의 자굴산의 정기를 받아 가난한 농민 집안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래로 남동생만 셋이다 보니 팔순을 넘긴 어머니는 아직도 손에 흙과 물을 묻히고 사신다. 어려서부터 교사가 꿈이었던 나는 별다른 꿈을 꾸지도 않고 교사가 되었다. 물론 늦은 나이인 서른 살에 첫 발령을 받..
자연과 함께하는 산길 일주일에 한 번씩 산에 가기로 했다. 그렇다고 정상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임도를 따라 트레킹 수준이다. 꼭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부부는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로 운동하는 곳은 진해 앞 바다가에 난 해안로 트레킹코스이다. 평지라 큰 무리가 없고 바닷가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어 함께 운동하는 맛이 괜찮다. 그런데 차도 옆으로 다녀야 하는 관계로 매연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 좀 아쉽다. 풀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사진을 찍는 아내 @ 여의봉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장복산 임도를 따라 난 드림로드 트레킹이다. 아직 몸상태가 시루봉 등산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트레킹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중이다. 자주는 산에 가지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산을 오..
아빠! 블라인드 달아주세요 딸이 11월에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간 여러 가지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왔다. 전세 아파트를 구하고 혼수용품을 하나씩 들여와서 제자리에 배치했다. 침대와 소파가 가장 먼저 들어와서 안방과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가전제품이 줄줄이 들어와 자기자리를 차지했다. 냉장고는 부엌공간에, 세탁기는 베란다에, TV는 거실에, 가스렌지는 주방을 차지했다. 토요일 아침에 딸아이가 일어나자마자 자기가 이사할 집 블라인드를 좀 달아달라고 한다. 며칠 전 주문한 블라인드가 도착해서 달아보고 싶단다. 달아 놓으면 어떨지 빨리 보고 싶다고 나를 조른다. 사위를 부르라고 했더니, 지금 자야 하니 안 된단다. 어제 저녁에 후배를 만나 늦게까지 술 먹었다고 한다. 아빠가 피곤한 건 안..
대회의 약과 독 2015년 개천예술학생연극제 결과가 나왔다. 연기상으로 손경현(동상), 김보민, 김소연(은상), 권인화(대상) 등 4명이며, 무대예술상에 김주원(음향) 학생이 수상했으며, 단체는 장려상을 수상했다. 연기상이 4명이나 나온 것은 정말 기대 이상이다. 연기자 6명 중 남학생 2명을 제외하고 여학생 4명이 모두 수상하는 기쁨을 얻었다. 이는 끼모아 팀의 연기가 매우 고르다는 반응에 대한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대예술상 수상은 무대장치, 음향, 조명에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 장려상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연기대상을 수상한 권인화와 어머니의 기뻐하는 모습 @ 여의봉 시상식에는 손경현, 권인화, 김주원이 참가하였고, 인화 어머니와 수희샘과 내가 함께 했다. 공교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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