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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쌤의 교단 이야기

몸깨우기 활동

여의봉 2015. 9. 17. 08:30

선생님 이 꽃 좀 보세요.

진산학생교육원의 1교시 수업은 다른 곳과 좀 다르다. ‘몸깨우기라는 교육과정을 혹시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침 일찍 교실의 분위기를 살짝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몸은 피곤함에 절어있다. 몸이 깨어나지 못하니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겠는가? 차라리 잠이라도 좀 더 재워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가 태봉고등학교에 가면서 드림샘과 함께 교육과정에 녹여 내 보려고 했지만, 빡빡한 수업시수에 묶여서 실행하지 못했던 활동이기도 하다.

꽃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꽃들이 춤추기 시작하다. @ 여의봉

진산학생교육원은 위탁교육기관으로 일반학교에 비해서 유연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평소에도 교과수업이 싫어 도망가는 아이들인데, 여기까지 와서 1교시부터 학생들의 진을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1교시는 좀 더 여유롭게 차를 한잔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기분전환을 해 본다든지, 산책을 하면서 몸을 깨우는 것도 좋을 듯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계한 교육과정이 몸깨우기이다. 몸을 깨우는 방법은 다양하게 할 수 있지만, 주로 마을 들길을 걸어가면서 자연을 느끼는 시간을 갖고 있다.

코스모스밭에서 꼭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아이들! @ 여의봉

몸깨우기를 시작한지 4학기가 지나고 있다. 그동안 몸깨우기 활동이 내가 설계하면서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다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침부터 걷게 한다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욕설과 함께하는 길이 되었다. 배 아프다고, 발 아프다고, 무릎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빠지려고 안달하는 활동이 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원외로 나가면서 흡연의 욕구를 해결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활동이었다.

야생화에 마음을 준 나윤이도 마음이 참 이쁘네. @ 여의봉

그런데 오늘 아침 2학기에 처음으로 여학생들과 함께 몸깨우기활동을 나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감동이 몰려 왔다. 아이들이 여유가 생겨 자연을 보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문 앞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고 관심을 보였다. 들길을 지나면서 이건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작은 꽃을 꺾어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보기도 하였다. 개울에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에도 관심을 가져 주었다. 들길을 걷는 내내 행복한 마음이었다. 아이들의 모습이 예쁜 꽃보다 더 예뻤다.

선생님과 함께 꽃다발을 만드는 아이들! @ 여의봉

아이들은 성장한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지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너무 심하게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라,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진흙탕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는 법, 꿈을 꾸고 희망을 품는 자는 행복하다. 긍정의 힘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멋진 삶을 살자.

꽃들이 모여 다발이 되었네요. @ 여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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