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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쌤의 교단 이야기

거짓말의 진실

여의봉 2015. 9. 16. 08:00

저 몽유병 있어요.

아이들은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종종 거짓말을 하게 된다. 우리 교사들은 학생이 거짓말하다 들통이 나면, 두 번 다시 그 학생을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학생이 나중에 진실을 말하더라도 거짓말로 받아들이며 믿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학생과 교사는 점차 멀어지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거짓말에 대해서 우리 교사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화려한 색깔의 꽃도 처음부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 여의봉

며칠 전, 내가 근무하는 교육원에 2학기를 맞아 학생들이 들어왔다. 2학기부터는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학기 동안 함께 생활하였던 학생들의 재위탁의 경우도 절반이나 되고, 새로 온 아이들도 절반가량 되었다. 무주에 있는 위탁교육기관에 교육을 보내기 위해서 예정보다 며칠 빠르게 학생들의 입교식을 가졌다.

입교식 후 첫 날 밤을 같은 방에서 함께 보낸 두 아이가 많이 친해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 무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도 둘이 나란히 함께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 것도 약간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한 명이라도 마음을 주고받을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무주에 도착하였을 때, 이 두 아이가 같은 방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선생님, 우리 둘이 함께 방을 쓰게 해주세요. !” 그러나 이곳은 내가 관여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은 우리가 교육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샘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곳이야. 여기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그런데 접수를 하고 명찰을 받고 보니 두 친구는 서로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열매의 진실도 가까이 해 보기전에는 알기 어렵다. @ 여의봉

더 이상 나에게 얻을 소득이 없다고 판단을 내린 듯, 프로그램 운영을 도와주는 대학생 멘토 언니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잠시 후 교육의 책임을 맡고 계시는 선생님과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놈들 봐라! 자기들 일을 자기가 알아서 잘 처리하는 구나.’ 그런데 입소식을 마치고 나자 책임자 선생님께서 인솔교사를 불렀다. 빈 강의실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이미 학부모님도 와 있었다.

선생님! 학생 한명이 수면 보행증(몽유병)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 학생은 받을 수 가 없습니다. 지금 바로 퇴소시킬 것이니 데리고 가십시오.”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위탁서류나 부모에게서 그 아이가 수면 보행증이 있다는 것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 우리 교육원에서 잠을 잤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 어머니에게 여쭤보니 아주 어릴 적에 한 두어 번 있었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외모로만 알수 없는 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매 한가지다. @ 여의봉

그러자 책임자 선생님께서 이 학생이 교육을 원하면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을 정리해보니 대충 일이 이리 된 듯싶어 말을 했다. 아마도 두 학생이 같은 방을 쓰고 싶어 그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친구와 함께 있으면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어 그런 증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함께 자게 해 줄 것이라는 짧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결국 몽유병 소동은 두 학생을 불러서 그 의도를 물어보기로 하고 최종 판단을 하기로 하고 무주를 떠났다. 그 후 밝혀진 두 학생의 이야기는 나의 추측대로 함께 자고 싶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나름 생각을 한다고 한 것이, 나중에는 앞뒤가 맞지 않아 거짓말이 된다. 왜 거짓말을 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말이냐 아니냐에 초점을 둔다면, 아이와 가까워지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물론 거짓말이 좋다는 의미도 아니며, 거짓말을 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거짓말을 한 아이의 마음을 읽어 준다면 서로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는 어떤 교사인가? 아이들의 참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교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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