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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중 연극동아리 공연을 마치고...

춘계방학을 하기 전에, 설인(가명)이가 찾아왔다. 설인이는 연기와 노래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으로, 2년동안 나와 함께 연극동아리를 한 학생이다.

"쌤!"

"왜?"

"쌤은 연극동아리 와 해예?"

"글쎄...."

나는 연극동아리를 왜 하는 걸까? 이제 교감이라 누가 시켜서 해야 할 업무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시간을 내주지 않아서 힘들다면서 꾸역꾸역 하는 이유가 무얼까?

2017학년도에는 뮤지컬 '철부지들'을 했고, 2018학년도에는 뮤지컬 '귀를 기울여주세요'를 무대에 올렸다. 2년 동안 토요일 오전시간을 투자해서, 공연이라는 작품을 얻기까지 참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쌤은 수업이 없어서 하는 거라예?"

"그래! 수업이 없기는 하지..."

수업을 하지 않으니까 연극을 통해서 아이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유가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1979년에 대학에서 '극예술연구회(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이후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긴 시간을 연극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뜻 이것이다 하고 내놓을 만한 답도 없다. 그냥 좋아서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의미도 생기고, 연극인생학교와 극단을 만드는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쌤? 연극하모 머가 좋아예?"

"좋은거 많지. 이것 저것..."

연극을 한다고 하면 연극배우가 되는 것을 떠 올린다. 물론 나와 함께 연극동아리 활동을 한 학생 중에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학생이 있다. 러시아 쉐프킨 국립연극대학을 졸업한 제자도 있고...

하지만, 내가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말하기'다. 학교 국어과 교육과정에 읽기와 쓰기는 열심히 해도 말하기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하기이다. 자신감이 있어야만 설 수 있기에, 연극은 무대에서 공연을 통하여 자신감을 키우기는 아주 좋은 활동이다.

그리고 다른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연극은 말하기 훈련이라고 했다시피, 상상력은 '생각하며 말하기'이고, 창의력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며 말하기'이다. 이를 위한 것으로 연극 만큼 좋은 도구는 없을 것이다.

작년에 공연은 앞두고 교장선생님이 창원시내 '도파니아트홀'을 빌려서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교감쌤! 안전의 문제도 있고 한데, 학교에서 고마 하모 안되까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해야하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라는 게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도 아닌 학생들인데 학교 체육관이나 시청각실에서 하면되지, 왜 굳이 전문공연장에서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아이들과 함께 힘들게 일년동안 준비한 것을, 분장, 음향, 조명 등의 여건이 부족한 곳에서 공연하고 나면, 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여건을 마련하면, 공연 후 아이들은 큰 만족감과 함께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 이후 동진중학교에서부터 전문공연장에서 공연을 고집하고 있다.

"쌤은 와 뮤지컬만 할라고 합니까?"

"와? 뮤지컬 안하고 싶나?"

안민중 연극동아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뮤지컬 작품으로 무대화 했다. 사실 나도 안하고 싶다. 그냥 연극만 하면 내가 잘하는 부분이라 걱정이 없다. 하지만 뮤지컬은 연기뿐만이니라, 노래 작곡과 훈련, 안무와 춤연습을 해야 하니 삼중고다. 나 혼자 다 할수도 없고, 시간이 3배나 많이 드는 것을, 왜 해마다 하려고 할까? 내 생각이 잘 못 되었는지 몰라도,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한다. 춤과 노래가 함께 있어야, 하는 아이들도 보는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기때문이다.

"쌤! 올해는 와 '우분투' 안해예?"

"어~, 그건..."

작년에는 '우분투 뮤지컬학교' 공모사업을 하게 되어 재정적으로 큰 힘을 얻었다. 외부 지도강사로 김수희 선생님과 김가은 선생님을 모시고 활발한 연극놀이도 함께 진행했다. 올해는 나 혼자 진행하다보니 재미가 덜 했나보다. 물론 노래지도는 혜진샘이 담당하고 있다.

작년 음악도시 창원과 연계한 교육사업으로 '우분투 뮤지컬학교' 공모사업을 창원시와 창원교육지원청이 함께 추진했다. 처음 이 사업을 추진하려 한 목적은, 학교현장에서 뮤지컬을 통해,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계발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이후 교육지원청(공모교육장)에서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이 크졌다. 골목의 사회학과 연계되면서 지역사회 이야기를 발굴한 창작극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창작극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작품성에는 한계가 있다. 청소년 시기에 좋은 작품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여기서 밝히기 어려운 몇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올해는 우분투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물론 올해도 다양한 사업에 공모하여 제정적인 지원에 힘입어, 두번째 뮤지컬 공연을 잘 마무리 한 점에 대해서,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향후 다양한 형태의 예술공연활동에 지원이 계속되고,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쌤 가고나모, 우리는 우찌 되능기라예?"

"어찌 되기는...  혜진쌤 있쟎아."

아닌게 아니라, 나도 솔직히 걱정이 되기는 된다. 지금까지 내가 있을 동안에 잘하던 연극동아리가 내가 전근을 가고 나면,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가 '끼모아'라는 동아리 이름을 지금도 가지고 다니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태봉고는 예외로 아직까지 동아리가 살아있다. 물론 태봉고 연극동아리는 여러 형태로 아직까지 우리의 손길이 보태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는 연극동아리를 왜 하고 있는가?

연극이 나의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둘이 아닌 하나 인듯한 그런 관계가 되어 버린 것 아닐까? 이 물음에 답이 될지는 몰라도, 내가 학교에 있는 한 연극동아리를 하고 있을 것 같다. 퇴직 후에는 지금 걸음마를 시작한 '연극인생학교 숲'과 '극단 숲'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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