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연과 함께하는 산길

일주일에 한 번씩 산에 가기로 했다. 그렇다고 정상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임도를 따라 트레킹 수준이다. 꼭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부부는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로 운동하는 곳은 진해 앞 바다가에 난 해안로 트레킹코스이다. 평지라 큰 무리가 없고 바닷가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어 함께 운동하는 맛이 괜찮다. 그런데 차도 옆으로 다녀야 하는 관계로 매연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 좀 아쉽다.

풀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 사진을 찍는 아내 @ 여의봉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장복산 임도를 따라 난 드림로드 트레킹이다. 아직 몸상태가 시루봉 등산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트레킹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중이다. 자주는 산에 가지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산을 오르고 있다. 그런데 산을 오르면서 우리 두 사람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산에 가는 것은 운동을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다는 정해진 목표점까지 무작정 올라간다. 쉬지 않고 오르다 보면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흘러내릴 때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이 된다.

길가의 코스코모스꽃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여의봉

그런데 아내는 산에 오르는 목적이 나와 다르다고 한다.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자연의 변화에 마음을 빼앗겨 올라가는 도중에 길가에 자주 앉는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열심히 살피고 사진을 찍는다. 이름 모를 들꽃에게도 새들의 노래소리도 단풍드는 나무며 도로 가장자리에 피어난 버섯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없다. 산을 오르며 세월을 느끼며,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한참을 풀꽃들과 노디다가 뒤따라 오는 모습 @ 여의봉

내가 산으로 오르며 느끼는 것은 해안도로에 갈 때보다 공기가 참 좋다는 것이다. 오르기는 힘들지만 평지를 걸을 때는 자갈소리도 흙을 밟는 느낌도 좋다. 아내와 함께 산을 오르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할 것들이다. 나는 정상까지 힘들게 땀 흘리며 오르면 목표를 이루었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하산한다.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내와 함께 오르는 산길에서 느낀다. 일거리를 주말까지 집으로 가져오는 내 일상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래서 요즘은 주말에는 가능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길가에 피어난 버섯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 여의봉

하지만 요즘 다시 새로운 학교 개교업무를 맡으면서 주말에도 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항상 생각을 그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하는 일이 벌써 세 번째이다. 올 겨울방학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내와 여행도 계획했는데, 또 다시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크다. 결혼생활 내내 학교생활을 너무 열심히 하는 나 때문에 많이 외롭게 보냈다. 내년부터는 정말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내와 함께 비행기 타고 제주도를 가보아야겠다.

편백나무 숲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 여의봉

'봉쌤의 살맛나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 신혼집 꾸미기  (3) 2015.10.05
경등산화 구매기  (4) 2015.09.30
딸아이 혼수 장만하기  (2) 2015.09.03
첫장을 넘기며  (0) 2015.09.01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