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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쌤의 끼모아 이야기

감동을 위하여

여의봉 2015. 10. 1. 08:00

연극대회를 참가하는 이유

끼모아가 917일 목요일에 진주에 있는 현장아트홀에서 개천예술학생연극제 참가 공연을 했다. 올해는 대회 참가에 더욱 까다로운 요구가 있었다. 1차 심사는 서류심사를 하고, 2차 심사는 작품을 연습하는 영상을 제출하여 최종 5팀을 선발했다. 끼모아는 2010년 창단 이후 2011년부터 매년 이 대회를 참가하고 있으니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 참가다. 올해 작품은 다소 무거운 주제이다. 땡땡전자 파업으로 인하여 아버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가족해체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 가는지를 다루었다. 고등학생인 아들딸의 시각으로 영화 만들기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접근해 간다. 주제어는 아버지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2015 개천예술학생연극제 포스터 @ 여의봉

태봉고는 공립 대안학교이다. 학교의 철학이 협력과 상생을 추구하기에, 경쟁을 해야 하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회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목표점이다. 아이들과 함께 연극만들기 놀이를 하면서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이라는 목표가 없으면, 그 과정이 나태해지거나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목표점을 설정하고 정해진 기간 안에 어쩔 수 없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공연은 이를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대회는 적은 경비로 좋은 무대경험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강점이 있다. 그리고 최고 강도의 몰입을 경험하게 해준다.

연극대회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매우 강하다. 그것을 이겨내는 아이들의 성장도 있지만, 견뎌내지 못하여 좌절하고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다. 어떤 일이든 쉽게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는 좋은 과정이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단련되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좌절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은 성장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 극강의 몰입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감동호르몬인 다이드로핀이 분비된다. 소위 말하는 뽕을 맞는 것과 같은 기분이 되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경험한 아이는 힘들어도 이 일을 계속해 내는 것이다. 내가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감동을 느끼고, 관객에게 감동을 주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연극대회를 참가하여 스탶과 지도교사들이 협의하는 모습 @ 여의봉

물론 대회참가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회의 결과는 참으로 원하지 않는 많은 아픔을 겪게 한다. 상을 목표로 하지 않지만, 그 결과로 주어지는 상은 소수의 개인에게 영광을 주기도 하지만 다수에게는 아픔을 주게 된다. 시상식이 있기 전에 내가 하는 말은 언제나 같다. 끼모아들! 우리의 보상은 너희들의 성장으로 이미 받았다. 결과는 덤이다. 이 덤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여러분 모두 최고의 연기상감이다.” 하지만 이건 감정의 문제인데, 어찌 이성으로 해결될 수 있겠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다음 목표로 넘어갈 뿐이다.

끼모아의 목표점은 기본적으로 3개가 설정되어 있다. 1학기에 청소년연극제(경남대회-전국대회)가 있으며, 2학기 초에는 개천예술학생연극제가 있다. 학년 초부터 작품을 준비하여 청소년연극제를 다녀오고, 다시 작품수준을 업그레이드하여 개천예술학생연극제에 간다. 해마다 학생들의 연기력이 업그레이드되어 개천대회를 간다. 올해도 아이들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2학기 말에는 작품에 참여하지 못했던 1, 2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워크숍공연과 3년 동안의 마무리를 하는 3학년 중심의 졸업공연이 있다. 이는 1년 동안 연극에 푹 빠져 미쳐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어떤 아이에게는 이것이 힘들어 떠난다고 했다.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을 총괄하고 지도하는 선생님 모습 @ 여의봉

대회를 참가하게 되면 12일간 고도의 정신집중이 필요한 시간을 보낸다. 공연 전날 앞팀의 공연이 끝나는 9시경부터 무대설치, 조명 구역 설정, 음향 체크, 소품정리 등 무대세팅 작업이 11시까지 이어진다. 예전에는 밤샘작업을 했지만, 요즘은 과열경쟁을 막고 스탶 보호를 위해 시간을 정해주고 있다. 물론 무대세팅이 하루 저녁 작업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 다음날 최종 리허설에 들어가기 전까지 작업은 계속된다.

다음날 아침 9시에 다시 극장의 문이 열리면 아이들은 분장을 시작하고, 의상 소품을 맡은 학생들은 의상과 소품을 정해진 위치에 배치하게 된다. 이때 배우들이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공연 중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시 점검하게 된다. 다시 조명의 세부적인 조정을 하고, 음향의 크기, 대사와 노래에 따라 어떻게 넣고 빠질지, 조명과 함께 시작되고 끝나는 부분을 맞추는 연습을 한다. 현장에서 기계를 처음 만지기 때문에 음향과 조명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공연전 분장실에서 분장하는 모습 @ 여의봉

이번 공연에서 음향에는 김주원, 조명에는 장예린이 맡아서 수고해 주었다. 당일 날 손에 익혀서 공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는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봉은 힘들지만 학생들이 직접해보게 한다. 실수도 좋은 배움이며, 실수를 통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음향을 맡은 주원이는 1학년 때부터 계속해오고 있으며, 배우를 한번 해보라고 권해도 한사코 마다한다. 조명을 맡은 예린이는 처음 해보는 것과 다름없지만, 감각이 있어 큰 실수 없이 잘 해내었다. 이 외에 분장에 최애주, 무대감독에 이승욱, 무대보조에 여한길, 의상소품 보조에 유지영, 박수빈, 촬영에 이건호, 조정현, 황지언 등이다. 많은 아이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다않고 맡아서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음향과 조명실에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스탶 모습 @ 여의봉

오전까지 분장, 음향, 조명 셋팅과 연습이 끝나고 나면 배우와 함께하는 테크니컬 리허설(테크리허설)을 하게 된다. 음향과 조명은 배우들의 연기에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가 목적이기 때문에 배우의 연기에 따라 조명과 음향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이때의 어려움은 배우로부터 음향과 조명은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귀에 들리는 대로 해서 안 되며, 관객의 입장에서 소리의 크기, 조명의 밝기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객이 가득차면 소리를 더 보강해 주어야 한다. 이를 모두 감각으로 해야 한다는 게 힘이 드는 일이다.

다음은 조명과 음향이 세팅이 되고 마지막 연습으로 의상을 모두 갖추고 하는 드레스 리허설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연출은 모든 걸 내려놓고 아이들이 스스로 한바탕 즐기도록 모든 걸 맡겨두고 한사람의 관객이 된다. 이때 주문은 단 한가지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재미나게 즐기라고 한다. 그러나 이게 말뿐이지 실제 무대에서 쉽게 되는 건 아니다. 적절한 긴장감은 작품에 도움이 된다. 약간 긴장을 가지고 진지해질 때 아이들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진정으로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공연에 앞서 드레스리허설 중인 끼모아들 @ 여의봉

공연은 언제나 그들에게 맡긴다. 이제 더 이상 관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괜한 걱정마저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들이 관객을 만나면서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진화해 나가며 성장을 이루어 낸다.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견하게 생각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이 일어난다. 감동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면서 이제 더 이상 힘들었던 기억은 추억으로 남는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는 이 느낌은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받는 축복이다. 힘들어도 내일 또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끼모아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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